항목 ID | GC07001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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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식명칭 | Juldarigi(Tug of War)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북도 완주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성식 |
[정의]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마을 단위로 정월 대보름 전후에 볏짚으로 줄을 꼬아서 남녀 위주로 겨루는 민속놀이.
[개설]
줄다리기는 한반도의 서남부, 즉 전라도 지역에서 왕성하게 행해지는 민속놀이이다. 호남 지역의 줄다리기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당산제라는 의례와 관련해 시행함으로써 ‘제의와 놀이’라는 이원구조를 충실히 따르는 특징이 있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줄다리기를 하는 목적은 풍요 기원이 주를 이룬다. 줄다리기가 벼농사 중심의 농경 지대에서 훨씬 강한 전승력을 보인다는 것은 그 목적이 ‘우순풍조 시화연풍’에 있음을 방증한다. 그뿐만 아니라 암줄과 숫줄의 결합이라는 상징행위를 통해서 생산력과 풍요를 기원하는 행위 주체들의 신앙적 관념, 놀이적 기원(祈願)을 짐작할 수 있다. 줄과 풍년 기원 사이에는 용 신앙이 개연성과 맥락을 구성해준다. 즉 벼농사에 필수적인 조건이 물이며, 물은 용이 관장한다는 이들의 신앙체계가 용의 형상을 줄에 투사함으로써, 마침내 줄에 대한 경건성이나 경외감, 줄놀음을 통한 난장판 연출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전라북도 완주군은 삼례읍, 봉동읍, 이서면 등 서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산악 또는 준산간이라는 지형구조를 띠고 있다. 따라서 서남부 평야 지역에서 줄다리기가 더 활발하게 전승되었을 것이다. 다만 서남부 지역의 줄다리기 조사사례가 거의 없어서 실체적 규명이 어렵다. 완주 지역에서 줄다리기를 시행한 마을은 화산면 운산리 상호마을, 구이면 백여리 상용과 항가리 항가산마을, 상관면 신흥리와 신리마을, 봉동읍 구미리 정동과 은하리 은하마을 정도가 소개되어 있다.
[화산면 상호마을]
완주군 화산면 상호마을은 음력 정월 14일에 줄다리기를 하였다. 상호마을은 과거 산신제와 당산제를 매우 엄격하게 지냈다. 예컨대 같은 날 초저녁이면 남자 제관들 중심으로 산제당에서 산산제를 지내고, 이어서 마을 입구의 당산나무 아래에서 주민 일동이 지내는 당산제를, 이어서 마을 반대쪽 고개인 소룡재에서 지내는 거리제 등 삼당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같은 날 줄다리기를 연행하였다. 상호마을은 산간이기 때문에 볏짚이 풍족하지 못하다. 그래서 줄을 만들 때는 볏짚과 삼나무 껍질을 같이 꼬아 줄이 손목처럼 가늘어도 쉽게 끊어지지 않고 질겼다. 줄은 외줄이며 겨루기는 새뜸과 아래뜸 간에 이루어진다. 속설에는 아래뜸이 이겨야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하는데, 아래뜸 쪽에 농경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은 일반적으로 당산나무에 감아둘 만한데 이 마을에서는 산제당 기물을 보관하는 창고에 일시적으로 보관하였으며, 오월 단오 때 마을 중앙에 있는 팽나무에 걸어 그넷줄로 이용하였다. 놀이이자 의례용 도구였던 줄을 단오절 때 다시 놀이이자 의례용 도구로 이용한 것이다.
[구이면 백여리 상용마을]
완주군 구이면 백여리 상용마을도 정월 대보름날 당산제를 지낸 후 줄다리기를 하였다. 구이면은 모악산을 뒤로하는 지형이어서 밭작물 재배 지역이 많으므로 상용마을도 볏짚이 귀하다. 게다가 흉년까지 들면 줄을 만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럴 때는 산에서 채취한 칡넝쿨로 줄을 꼬아 줄다리기하였다. 땔나무를 할 때 칡넝쿨을 미리 모아두기도 한다. 정월 대보름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을 당산나무에 감아 둔다. 상용마을은 줄다리기를 하기 전에 풍물패와 주민이 함께 줄을 감싸고 도는 ‘줄굿’을 치는 특징도 있다.
[상관면 신흥리와 신리]
완주군 상관면의 신흥리와 신리는 서로 다른 마을인데, 두 마을이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밤에 줄다리기를 하였다. 소나무 가지를 이용하거나 삼각지주를 세우고 줄을 꼬는 일도 신흥리와 신리가 함께 하였다. 먼저 정월 대보름날밤에 달이 떠오르면 망우리[달집태우기]를 하는데, 망우리는 각 마을이 따로 한다. 망우리가 끝나면 신흥리와 신리는 줄다리기할 장소로 이동한다. 줄다리기는 마을간 대결이기 때문에 남녀 구분은 없지만, 양쪽의 숫자는 똑같이 한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은 소각하였다.
[기타]
완주군 봉동읍 정동은 마을구조에 따라 ‘위꺼티’, ‘아랫꺼티’, ‘가운데꺼티’ 등 세 팀으로 나누어 돌아가면서 줄다리기를 하였으며, 봉동읍 은하리 은하마을도 남녀로 편을 나누어 줄다리를 하다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요즘도 7월 20일 ‘읍민의 날’이나 경로당 잔치 때 동앗줄 줄다리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